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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볼까요? ”

*지인 커미션

레지나 세드마이어

Regina Sedmeier

29세 | 172 cm / 67 kg | 독일 | 7월 21일

라니아케아 테러리스트

‘절망’으로 인해 테러에 대한 인식이 높을 수밖에 없는 지금, 어찌하여 레지나가 라니아케아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 그 이유가 가장 중요할 테다.

무차별적 파괴 행위를 행사하는 인물을 가리켜 테러리스트라고 한다. 손쉽게 무어든 무너뜨리고 불붙이고 파괴할 수 있는 무의미한 폭력 행위, 물론 테러리스트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나……

레지나에게는 어떠한 이유도 없다. 그저 하고 싶어서. 이 문장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대의를 위한다던가, 원대한 목표가 있다던가… 아니, 그런 목적이 있었다면 오히려 이런 재능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레지나는 종종 제게 왜냐고 묻는 사람들을 보며 잔뜩 비웃어주었다. 당연했다. 이건 레지나가 타고난 부분이었으므로.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도 잠시, 오히려 부수는 것이 좋았다. 재미라곤 조금도 없는 세상 속, 무언가를 부수는 것만이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그게 누군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화풀이. 한 사람이 웃으면 한 사람은 울어야 한다. 이는 필연적인 것. 그래서 레지나는 자신이 웃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이제서야 제 욕망에 충실해진 것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잠시나마 손에 쥐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부수는 쪽으로.

성격

흥미 본위 | 호전적인 | 무책임한 | 얄팍한 존중 | 파괴 본능

흥미 위주로 모든 사고와 행동이 돌아가는 가벼운 이. 여태껏 보여준 진중하고 예의 바른 모습은 거짓이라는 것처럼 한순간에 달라져버렸다. 자신의 눈을 잡아끌 힘이 없다면 그것에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레예스, 아니 레지나는 비뚤어진 성정을 타고났다. 다소 호전적이기까지 하며 세상을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으로 나눠 구분하는 것은 물론, 의미 없다 느껴지면 금세 싫증을 내기도 했다.

소중함, 권리, 최소한의 배려…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생명? 소중하지. 살아있어야 뭐든 할 수 있는 거야. 어처구니없게도 그리 말했다. 그래서 난 ‘사람’한테는 손 안 댔다?

다만 기준이 얄팍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간신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함, 생각하기 싫은 타인의 권리, 배려하기 귀찮다는 변덕. 그 무엇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마음이 합쳐져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끝이 없는 파괴 본능. 정확히는 타인이 무언가를 애지중지 아끼는 행위 자체를 고까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지나 자신은 오랫동안 무언가 하나에 애착을 가진 적 없으니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라 보아도 무방하겠다. 그에게 불가해한 것이란 곧 적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부수어야 마땅하므로 레지나는 거리낌 없이 제 눈에 차지 않는 모든 것을 향해 폭력을 행사한다.

기타사항

가려둔 오른쪽 눈은 직접 만든 폭탄의 위력을 실험하다 가볍게 긁힌 정도. 시력에 이상은 없으나 쌍둥이 언니는 오른쪽 눈동자의 색상이 다르기 때문에 가려버렸다.

*

어린 시절은 평화로웠다. 순전히 레지나 기준이지만.
나름대로 조용히 살았고, 또 그러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화풀이 용으로 부순 안드로이드 몇 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부모님께 들키는 건 계획에 없었지만.
사람, 사람과 똑 닮은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를 부수며 즐거워하던 아이를 본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아이가 언젠가는 사람을 해할 수도 있다는 불안. 자식과의 유대가 극히 없던 세드마이어 부부는 레지나에 대한 경계와 불안에 의해 곧장 감시역을 붙였다. 유대를 쌓아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딸이 자신들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서 소란을 벌이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부수는 것도 하지 못하고, 당연히 같은 인간을 향해서는 더더욱 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지 못한다. 선천적인 파괴적 기질과 비뚤어진 성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레지나는 천천히 안으로 뭉치는 분노와 응축된 폭력성을 인내하며 간신히 살아왔다. 그리고 그때 마침 나타난 ‘절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로, 자신을 ‘대신하여’ 파괴를 발산하는 듯한 것들을 집착적으로 찾으면서.

가족 중 그가 유일하게 정을 붙인 언니 레예스가 페일 블루에 빠진 것은 레지나가 20살이 되었을 때였다. 기업을 레예스에게 물려주기로 공표했던 부모는 잠시 절망했다가, 오래지 않아 해결책을 세워야 함을 깨달았다. 생판 남에게 줄 수 없는 기업, 이미 공식적으로 내세운 후계자, 그리고 골칫덩이지만 그 후계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식. 기적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을 믿고 세드마이어 부부는 레지나 세드마이어를 레예스 세드마이어로 탈바꿈시킨다. 흥미를 생의 가치로 삼고 있던 레지나는 이 단편적인 대역 행위가 잠시나마는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만약 레예스가 일어난다면 이 자리를 도로 돌려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큰 반의를 가지지 않은 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페일 블루가 불치의 병인 것은 결국 변함이 없다. 9년이 흘러도 레예스는 일어나지 않고, 레지나는 슬슬 지루해진다. 머릿속에는 여태 자신의 손으로 할 수도 있었던, 그러나 ‘절망’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일으켰던 폭력과 파괴와 붕괴가 맴돈다. 아, 이 정도면 오래 참지 않았나?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줬잖아. 숨죽여 살기도 했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기도 했고.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레지나 세드마이어가 택한 것은 테러다. 손쉽게 무어든 무너뜨리고 불붙이고 파괴할 수 있는 무의미한 행위. 첫 테러 목표는 자신이 레예스의 이름으로 쌓아온 모든 것을 파멸시키고 사라지는 것이었으므로, 레지나 세드마이어는 위조 서류와 통장을 챙겨 도주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는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폭음과 비명으로 가득 찬 황홀한 생애! 누구도 자신을 막지 않는 삶!

소지품

위조 서류 및 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