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과 백여년 만에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죠. 자연은 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범세계적인 이상 기후, 태풍과 허리케인, 집중호우, 화산활동에 지진까지.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하고 맙니다. 이러한 재난은 2030년부터 2060년 까지의 기간에 집중됩니다. 후일 학자들은 이 시기를 ‘대재해’라고 명명했죠.

대재해를 거치며 30%의 인류만이 생존하게 됩니다. 대재해 이후로 20년 간 정부, 공공기관, 체계를 가진 모든 것들이 기능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절망의 시기였죠. 설상가상으로 지구는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이례적인 빙하기가 찾아듭니다. 기온이 떨어지고, 적도 지방을 제외한 모든 곳의 기온은 영하로 떨어집니다. 인류는 더위를 잃어버리고 말죠.

무인 비행정이 날아다니고, 해저 터널을 통과하는 기차가 바다 아래를 달리는 세계.

그렇게 현재, 세계는 2150년을 맞이합니다.

세계 정부의 설립과 안드로이드의 보편화 이후, 굶주림, 기아, 질병, 재해… 수많은 고통에서 인류는 구원받은 것과 같은 환경을 누립니다. 더 이상 생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죠. 세계는 평화를 되찾은 것 처럼 보였습니다. … 아마도요.

✣ 페일 블루 Pale Blue

2110년 경, 이상 현상이 발생합니다. 학자들은 이것을 ‘페일 블루’ 라는 질환으로 명명, 감염자를 격리합니다. 불면과 식욕 없음을 호소하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고, 종래에는 끝없는 잠에 빠지게 되는 증상. 페일 블루는 인류의 10% 이상을 잠식해 나갑니다. 수없이 많은 학자들이 이 병의 치료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관련 논문만 해도 수 천건에 달하지만, 자연 치유를 제외하고는 개발된 치료제는 전무합니다. 현재까지도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 첫번째 절망의 도래

2125년입니다, 그들의 행동이 처음으로 감지된 시기 말이에요. 세계 정부의 무능력함을 피력하며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나섭니다. 폭력 사태를 일으키고, 테러를 일으키고, 어떠한 수단도 불사하는 것에 세계 정부는 이들을 ‘절망’, 테러 집단으로 명명하게 되지만요.

✣ 라니아케아(Laniakea) 프로젝트

2130년, 혼란과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정부의 조치가 시작됩니다. 이름하여 ‘라니아케아’ 프로젝트.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등용, 라니아케아라 명명하여 절망에 대항하는 집단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들은 비공식적인 호칭으로는 초세계급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2130년의 제 1차 프로젝트는 지원자를 받아 라니아케아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들은 세계정부 산하의 기관에서 절망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의 희망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이 됩니다. 다만, 각 분야에서 더 뛰어난 자들이 있는데 과연 라니아케아에 적합한 것인가, 그런 의혹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2145년의 제 2차 프로젝트에서는 라니아케아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가진 이들을 예비 라니아케아로 명명, 개인의 동의를 받아 라니아케아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은 2150년, 현재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현재 제 2차 프로젝트를 통해 정식 라니아케아로 선정된 인물은 없습니다.

✣ 심해 도시 마르(Mare)

이것은 세계정부의 또 다른 프로젝트입니다. 대재해와 같은 시기가 또 다시 도래해도 생존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평화와 혼란이 공존하는 시기에도 인류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왔죠. 인류는 해저 도시를 건설해냅니다. 도시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바다. ‘마르’라 칭했으며, 이는 재해와 같은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완벽한 안전 도시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마르, 혹은 마르 시티라고 불립니다.

도시는 약 3개월 전 완공되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마르의 입주민을 선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인공 태양과 공기 순환 시스템, 내부에서 길러내고 있는 식물과 동물… ‘낙원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는 카피까지. 도시로의 입주는 3개월 후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르 시티로 오세요!

당신은 예비 라니아케아가 된지 최대 5년, 혹은 어제 바로 예비 라니아케아로 선정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한 장의 초대장이 도착합니다. 초대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당신은 이 초대에 응하기로 결정합니다. 도시로의 입주라는 말에 끌렸을 수도, 장난처럼 덧붙은 추신을 반신반의했기 떄문일 수도 있겠죠. 당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까요? 당장은 알 수 없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