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프로필 비공개 프로필

“ 대가는 준비되었겠지, 자네들! ”

바브가이

Baavgai | баавгай

26세 | 172cm / 60kg | 몽골 | 8월 8일

라니아케아 만물상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바브가이의 보따리를 열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라니아케아 만물상인 바브가이의 재능입니다.

보석과 금은 물론, 갑자기 나사 하나가 필요하거나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 한 벌이 필요하다 해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교환’하자고 말합니다. 그야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의 손 안에 있으니까요. 운이라고 불러도 좋을 테고, 이상한 능력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가 요구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보석을 원한다고 해도 당신이 내어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빵 하나라면 그는 당연하게도 그것을 받아듭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은 그가 ‘소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버려진 것을 주워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그의 철학에 딱 알맞은 자원봉사 중 하나인 셈입니다. 세상이 정한 가치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정하는 새로운 가치의 물물교환은 풍요로운 현재 세상에 맞지 않는 재능임과 동시에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바브가이만의 재능이기도 합니다.

절망이 지나간 곳에는 언제나 검은 로브로 얼굴을 가린 수상한 사람 하나가 뒤따르더라. 절망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떠돌이인 아버지를 따라 절망이 지나간 폐허를 수습하며 하나 씩 하나 씩 아버지 몰래 길가의 물건들을 빼돌리던 그가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이를 좋은 일에 쓰고자 했으니, 이 세상 진귀한 것들과 진귀하지 않은 것 모두는 그의 손을 거쳐 가 자신의 자리를 찾았습니다.

기타사항

1. 과거사

몽골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세계를 떠돌아 다녔다. 신념에 따라 세계정부가 주는 모든 것을 거부한 아버지 때문에 며칠씩 굶는 일도 허다하던 바브가이는 몰래 그를 원망하고는 했다. 절망이 지나간 폐허를 필사코 찾아가던 아버지는 구조작업과 구호물품 전달에 전념했으며, 그러한 아버지의 옆을 지키던 사춘기의 바브가이는 여전히 그를 동경하기보다는 정의에 목매다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런 비뚤어진 마음과 함께, ‘폐허가 된 도시의 귀중품들과 먹을 것들’을 아버지 몰래 챙기는 등 나쁜 손버릇을 길러왔다.

그가 15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페일블루의 발병으로 깊은 잠에 빠진다. 바브가이는 어린 마음에 운이 좋다 생각하며 더 이상 아버지에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겠다 다짐하고, 1년 간 어느 도시에 정착하여 풍요로운 삶을 만끽한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이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도시 풍경’과 당장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불구하고 테러 같은 건 먼 나라 일이라는 듯한 사람들의 태도가 자신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떠돌이의 운명임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바브가이는, 제 발로 그 풍요로운 도시를 박차고 나와 다시금 세상을 떠돈다.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몰라 아버지가 그래 왔듯 폐허의 도시를 찾아간 그였다.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바브가이는 오랫동안 길들여 온 손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귀중품이든 아니든 눈에 띄는 물건을 모두 자신의 보따리에 담았다. 그 와중에도 정의로운 아버지와 함께했던 세월 덕분에 부상자를 구조하고 구호 물품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니, 그의 업은 버려진 것을 훔치는 도둑질과, 구호 작업 두 가지가 된 셈이었다.

그렇게 모은 물건 안에는 귀중품과 귀중품이 아닌 것들이 섞여 있었다. 이를 테면 이미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 100년 전의 골동품이라든지, 아무런 쓸 데가 없는 물건이라든지. 그러나 그에게는 그것들의 가치를 구별할 센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바브가이는 식량 조달을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은 물건들을 팔러 다녔으며, 신기하게도 이런 물물교환은 그 물건을 필요로 하던 사람에게 알맞게 돌아갔다. 이건 그가 가진 ‘재능’이자 ‘운’이었고, 아버지의 신념을 지키는 동시에 바브가이가 굶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2. 언젠가부터 바브가이는 이 만물상이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버려진 것에 새로운 자리를 찾아주고, 떠돌이의 삶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으니 아버지가 말하는 정의에 걸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죄책감은 남아 있었다. 버려진 것이라고 해도 남의 소유였던 물건을 멋대로 가져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 여겨졌기에, 그는 그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로브로 스스로의 얼굴을 가리고 활동하기 시작한다. 어찌 되었든 세상을 떠나고서야 존경하게 된 아버지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내는 것은, 순진하고 바보 같은 그에게 자신감을 채워 넣어 주었다. 한편 로브를 벗으면 원래의 말투는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여전히 말 많고 정의롭지만, 어딘가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은 여태까지의 그 답지 않으면서도 더욱 인간 다운 모습으로 보인다.